품 안의 자식과 안전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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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 집이여 이스라엘 집의 남은 모든 자여 나를 들을지어다 배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태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품기운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 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사 46:3~4).
초보 엄마의 품과 안전 기지의 중요성
나는 ‘품’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철없는 아이였을 때도, 이제는 어른으로 성장해 아이의 키가 나를 훌쩍 넘어도 부모님의 따스한 품을 떠올리면 힘들어도 웃으면서 또 일어날 힘을 얻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부모의 사랑의 품이 자녀들에게 안전 기지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 안전 기지는 유아에게 안전감을 주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지칭한다. 안전 기지는 자녀에게 일관성 있는 사랑의 반응과 공감을 통해 안전감을 제공하고, 질서 정연한 삶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힘을 갖게 한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는 그 일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초보 엄마 시절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들을 품 안에 안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나이 많은 집사님께서 “그래도 품 안에 있으니 좋을 때야.”라고 웃으며 아들을 안아 주고 달래 주신 적이 있었다. 꼼지락거리는 아들을 데리고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조용한 시간에 방해가 될까 봐 계속 아들을 업고 서 있는데 한 집사님이 다가와 “고생이 많죠? 그래도 언제나 자녀가 첫 번째 기도 제목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하시며 아들을 대신 업어 주셨다. 모든 것이 서툴고 힘든 초보 엄마인 나에게 그 순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천사였지만, 돌이켜 보면 ‘품 안의 자녀’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의 품을 떠났을 때 믿음과 성장의 질풍노도로 힘들어 할 자녀를 위해 성숙한 부모의 안전 기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주신 것이었다.
부모의 신앙과 교회의 품을 떠나고 싶은 청년들
신승범 교수와 이종민 교수는 청년들이 개인의 신앙적 회의와 목회자에 대한 실망, 청년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경험, 기성세대와의 갈등, 교회의 부정적인 문화와 분열 및 시민의식 부재 등의 문제로 교회를 떠난다고 지적하면서 교회는 그리스도인을 전인적인 성숙으로 이끄는 신비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 이와 같은 한국 교회의 위기 현상에 대해 박상진 교수는 신앙적 앎과 삶의 괴리, 신앙적 경험을 통한 변화와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신앙공동체-문화화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
성장의 안전 기지로서 공동체의 품 - 가정, 교회, 학교, 문화
하나님은 가정, 교회, 학교, 문화를 통해 인간이 생존하고 성장하며 성숙의 근간을 형성하는 공동체를 구성하게 하셨다. 먼저 가족은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허락하신 최고의 선물인 자녀가 부모의 품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자신의 존재적 가치와 정체성을 인식하고, 행동하며 삶을 살아가게 한다. 신앙 공동체인 교회는 영적 돌봄과 만남의 역동적인 힘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개인의 신앙을 형성하게 한다. 학교는 교육을 통해 앎의 주체로서 자기의 역량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근간을 조성한다. 그리고 문화는 가정과 학교와 교회를 통해 형성된 세상을 보는 방식인 자아 정체성과 가치와 세계관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게 한다.
제임스 W. 파울러는 인간의 신앙 발달이 교회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인간의 전 삶의 영역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영아기에는 부모의 돌봄과 타인과의 상호성에서 언어 이전의 미분화된 신앙에 대한 기본 의식을 갖게 된다. 2~7세의 아동은 직관과 투사적 신앙으로 가까운 어른들의 신앙적 모델링을 통해 신앙을 모방한다. 그렇게 부모와 교사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사랑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자녀에게 교회가 가장 좋은 곳임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 시기 아동은 신화와 문자 신앙으로 공동체의 이야기와 질서와 도덕적 상호주의를 경험한다. 하나님의 창조의 힘과 경이를 경험하는 활동들과 교회 공동체 활동에 함께함으로 칭찬받고 사랑받는 아동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사색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형성하고 그에 따라 신앙의 가치와 정보를 종합하려고 한다. 주입식 신앙 교육보다는 스스로 질문을 가지고 하나님을 찾을 수 있도록 신앙적 인내로 도와야 한다.
청년기는 개별화와 성찰적 신앙으로 문화와 정서에 개인적 신앙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지적·정서적·영성적 나눔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
중년기는 인생의 양극성을 결합하고 모순과 상대성을 인정하는 통합적 신앙을 지니게 된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단계인 중년기 이후는 인간의 한계성과 삶의 극단성을 초월하여 하나님과 연합하고 인류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보편적 신앙을 구현하고자 한다. 인간의 오랜 세월과 신앙을 통해 실현된 자아 통전으로 모든 사람에게 삶의 지혜와 신앙을 기쁘게 전수할 수 있다.
탈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간과 공간의 안전 기지 안식일
현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이다. 이와 같은 문화는 하나님의 절대 진리에 대한 부정과 상대화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의 존재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안식일은 탈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간과 공간을 우리에게 선물로 준다. 안식일은 하나님 안에서 어른, 아이 모두 함께 쉬며 하나가 되는 날이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모든 긴장과 바쁨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사랑이신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상대를 함께 품고 어울리며 서로 공감하고 그 공감 속에서 상호 간의 만족과 흥겨움을 경험하는 날이다. 또 안식일은 우리 자녀들에게 하나님과 교회와 타인과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신앙의 미소 결정(微小 決定)을 연습하는 날이다. 미소 결정은 너무 사소한 결정이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며 세상의 수많은 유혹의 선택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보고 선택하게 하는 중대 결정을 하게 한다. 미소 결정과 중대 결정의 누적을 통한 신앙적 티핑 포인트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신앙적 생태계를 구축하여 다음 세대의 안전 기지로서 준비되게 할 것이다.
영원한 사랑의 품과 안전 기지가 되어 주시는 하나님
동경한인교회에서 1000명선교사로 봉사하던 초기에 일본어가 서투른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전도용 테이프를 복사하는 것이었다. 밤 12시가 넘게 전도용 테이프를 복사하는데 교회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는데 술에 취해 꼬부라진 목소리로 한 남성이 대뜸 물었다. “그곳이 진리 교회가 맞습니까?” 23세의 소심한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었던 것은 잠깐의 기도 후 전도 테이프를 복사하며 읽고 있었던 시편 23편의 말씀을 읽어 주는 것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사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그 말씀을 듣자마자 그분은 아이처럼 큰 소리로 한참을 울더니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분은 장로교인데 사업 실패로 도피한 일본에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생을 마감하고자 했다. 그 생의 마지막 순간, 동경의 모든 한인 교회에 전화하며 울부짖는 자신을 안아 줄 하나님의 품을 찾았던 것이다. 그분은 성경 공부를 한 뒤 우리 교회가 진리 교회임을 고백하고 다시금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용기를 냈다. 그 경험은 자기 자녀를 포기하지 않고 구원의 품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애착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 경험이 지금의 나와 우리 아들들의 미래도 품으실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인자하심의 사랑을 확신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도 자녀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부모들의 기도에 따라 우리 자녀들이 돌아올 안전 기지로서 준비하고 계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1 신승범, 이종민, “기독 청년들의 교회를 떠나고 싶은 이유에 관한 질적 연구”, 『기독교교육논총-66』(2021): 273~307.
2 박상진, “기독교 교육 생태계를 회복하는 대안적 교회 교육”, 『장신논단』 48권 1호 (2016): 361~388.
- 김세미 신학박사(실천신학 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