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금빛화음으로 노래하는 ‘골든 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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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도착했으나 인터뷰가 어쩌다 한 시간 뒤로 미뤄졌다. 빈방에서 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니 당황스러웠지만 방 문을 여니 여고생 두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 불편함을 느낄까 봐 ‘골든 콰이어’ 찬양팀 인터뷰를 위해 온 <재림신문> 기자라고 소개하며 오전 강당(한국삼육중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공연이 어땠는지 넌지시 물었다.
한 학생이 “아… 너~무 은혜로웠어요! 뭐랄까, 어떤 경지에 오른 느낌? 언니도 그랬지?” 하고 건너편 학생에게 묻는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학생도 초승달 모양의 눈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기다리는 시간이 설렘과 기대로 채워졌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든 콰이어’(고문 조광림, 김희만)를 이끄는 김형모 단장(로마린다교회 장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골든 콰이어’는 미주 한인 재림성도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2003년 SDA 남가주 연합 노인회장 오근석 목사의 발의로 창단됐다. 50대부터 9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고 평균 연령은 무려 80세다.
그들은 △하나님 찬양 △하나님 사랑 전파 △성도의 신앙 향상을 목표로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활용해 천국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찬양 사역자’라는 사명으로 매주 화요일 60명 정도가 로마린다 지역에서 모여 2시간씩 연습한다고 한다.
“연 2회 정도 미국 각지(샌디아고교회, 오렌지중앙교회, 시애틀중앙교회 등 23개 교회와 서부 야영회 등 행사)에 초청받아 지금까지 총 35회 공연을 했다”라고 소개하는 김형모 단장은 2년째 단장을 맡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김희만 장로와 박성우 목사가 합창단을 이끌었다. 90세가 넘은 박성우 목사도 이번 한국 공연에 동참해 단원들과 찬양을 듣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해 가을 김학택 교장, 손병식 목사와 학생들이 로마린다 교회에 온 적이 있는데 한국에 와서 공연 좀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오게 됐다며 ‘골든 콰이어’ 창단 이후 한국에 처음 온 것이라는 것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긴다. 이번엔 60여 명 단원 중 39명과 몇몇 지인이 동행했고 이중 대부분이 수십 년만에 고국에 온 것이라니 이번 방문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기대와 기쁨인지 찬양 예배 후 몇몇 단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총무직을 맡고 있는 정병희 집사는 무려 67년 만에 한국에 온 거란다. “한국삼육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났다. 주변이 전부 논밭이었는데 이렇게 와 보니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흐른 건지 실감이 나면서 어릴 적 이 교정에서의 기억도 더욱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낮에 잠시 만났던 여고생들의 얼굴이 데자뷰처럼 스쳤다.
“이렇게 합창단원들과 한국에 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올 수 있어 너무 기쁘고 특별히 한국에서 공연을 하니 지금까지의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찬양하게 됐다”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공연이었다고 말하는 정병희 집사에게 찬양 사역은 어떤 의미를 갖냐고 물었다. “찬양 사역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찬양을 하며 우리는 하나님께 생명을 받고 그 생명이 타인에게 전해지는 기적도 일어난다”며 약 8년 전 레슨을 받기 위해 만난 한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총지휘를 맡은 그는 원래 재림신자가 아니었다. 한국의 어느 대형 개신교 담임목사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고 신학을 공부했고 교회를 이어받아 섬기려 했다. 성악 공부도 했는데 어느날 음악선교를 하고 싶어 미국에 건너갔고, 우연한 계기로 찬양 사역을 하는 재림성도들을 만나면서 진리기별을 접했다. 그가 아버지에게 “재림교회에 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아버지는 ‘미국에서 재림교회는 성경대로 사는 정통교회라고 알려져 있으니 반대하지 않겠다’고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 줬다.
침례를 받은 후에는 동료들로부터 ‘왜 이단 교회에서 목사 노릇을 하냐’고 질책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재림교회가 이단이라는 증거가 무엇이냐. 재림교회는 성경을 원칙대로 지키는 교회다”라고 증거하며 몇몇 사람을 전도했고 이번 한국 공연에도 그의 구도자들이 함께 왔다. 합창단원들은 “지휘자가 매일 1시간씩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우리 단원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하니 ‘찬양 사역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는 정병희 집사의 말이 딱 맞는 듯하다.
단원 중 한 여집사는 이번 방한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남편이 뇌졸중에 걸려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큰아들 부부가 함께 비행기에 올라 아버지의 휠체어를 밀며 어머니의 찬양 사역에 힘을 실었다. 아버지도 수십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들춰 볼 수 있었던 귀한 선물이었다. ‘골든 콰이어’라는 찬양 사역을 통해 이뤄진 일은 그뿐이 아니다.
평소 이들의 활동은 모두 자비로 이뤄지는데, 특별히 내한 공연을 앞두고 준비한 자금이 예상 액수보다 훨씬 많이 모였다. 함께 오지 못한 이들까지도 적게는 100달러부터 많게는 1만 달러까지 후원한 덕분에 한국삼육중고등학교와 삼육보건대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했고, 삼육부산병원에도 건축자금을 보탰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손꼽히는 테너로 활동하기도 하는 오위영 목사는 “찬양 활동이 하나의 동력이 되어 학교와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까지 이어지도록 선교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 내년에는 브라질에 가서 공연할 계획도 있다”며 찬양 사역에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피아노 반주와 지휘를 함께 하는 서리나 집사가 직접 작곡한 ‘이제’라는 곡은 뉴욕 카네기홀과 대만에서도 공연할 정도로 사랑받는 곡이다. 단원 모두가 실력자로 구성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골든 콰이어’는 4월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묵동교회, 삼육보건대학교회, 부산중앙교회, 한국삼육고등학교교회, 삼육대학교회, 서울영어학원교회에서 6차례 찬양 공연을 하며 수천 명의 성도 및 학생에게 은혜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의 찬양을 듣는 수많은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영원한 생명의 복음이 전파되기를, 이들이 열흘 남짓 한국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성도가 기도했을 것이다. ‘골든 콰이어’를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을 더욱 의지했을 성도들에게도 분명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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