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지만 힘이 있는 봉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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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학교 시작 시간보다 한참이나 일찍 도착해 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한 여집사가 도착해 차에서 짐을 내린다. 교회 입구가 어디냐 물었더니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계단을 내려가 드넓은 지하 공간에 들어서자, 소파, 화장대, 식탁 등이 몇 개씩 자리 잡고 있다. 웬만한 가구 매장을 연상하게 하는 이곳은 동중한합회 봉두리교회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이번에는 엄청난 크기의 꽃꽂이가 입구부터 몇 개씩 즐비해 있다. 본당에 들어서자, 강대상 좌우에도 꽃이 가득하다. 60대 남집사 한 분이 새벽 시장에서 받아오는 꽃으로 교회를 장식한다고 한다. 그러고도 꽃이 남아서 인근 교회에도 나눠 주고 있다고.
스스럼없는 관계와 소통
주변 교회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봉사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봉두리교회는 여성 목회자인 이선미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이선미 목사는 동중한합회 청량리교회 전도사를 시작으로 목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한국연합회에서 여성전도부·가정봉사부장으로도 봉직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목회를 하면서 교회의 크고 작은 사역에 더욱 세심하게 다가가고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게 한 소중한 자산이었다.
금곡교회에서 첫 단독 목회로 부르심을 받았을 때 설렘과 함께 감사로 시작했다. “부임 전에는 여성 목회자를 경험한 적 없는 교회가 대부분이었기에 교회에 스며드는 데 편견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염려는 잠시뿐이었고 “금방 성도들과 하나가 되어 즐겁고 신나게 사역했다.”고 말한다.
장로들과 교회 직원들과 함께 의논하고 협력하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고 보람된 일이었다. 교회에서 섬세하게 교인들을 돌아볼 수 있는 것, 여 성도들과 스스럼없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은 분명 여성 목회자의 강점이자 특성이기도 했다.
읽고 걷고 노래하고 나누며
이 목사는 ‘영혼 구원과 교회 성장, 성도들의 영적인 성장’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방식인 공중 전도와 소그룹, 제자 훈련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새 자녀 지도법』 독서 및 부모 교육 모임으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와 구도자들이 소그룹을 진행, 목요일 오전에는 시니어 집사들이 함께 모여 기억절을 외우고, 60대 교우들은 구도자와 함께 ‘힐링 걷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안식일 오후에는 10명 가까운 4050 여집사들이 FAST 제자 훈련을, 본당에서는 피아노와 기타 플루트 연주와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는 모임이 운영된다.
교회 밖으로는 꼭 필요한 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도지에 사탕까지 붙여 가며 ‘예수님 믿으세요’ 소리쳐도 받는 이 없고, 듣는 이 없는 시대. 봉두리교회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도움이 필요한 대상에 더욱 관심을 두고 교회가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년 전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몸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더드림센터 가구 나눔’과 ‘생활비 지원’ ‘반찬 나눔’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세심하고 따뜻한 섬김
몇몇 일꾼들에게 일이 몰리는 교회가 많다. 그런 일이 지속될 때 교회에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봉두리교회처럼 교회를 떠받치는 튼튼한 기둥이 여럿 있다면 교회의 앞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적으로 건강한 성도들에게 역할이 적절히 분배되고 남성과 여성의 사역이 균형을 이룬다면 교회는 더 큰 선교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봉두리교회가 교회 안팎에서 건강한 사역을 이어갈 수 있게 된 데는 분명 엄마처럼 세심하고 따뜻한 여성 목회자의 역할이 크다고 성도들은 말한다.
한 여집사는 “여성 목회자가 온다는 소식에 교회를 떠난 장로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거부감일 뿐이었다. 경험해 보니 특별히 다를 일도 없다. 오히려 목사와 사모의 역할이 합쳐진 것 같아 더욱 섬세하다.”라고 답했다.
또 한 장로는 “남성 목회자냐 여성 목회자냐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불필요한 충돌이 없이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권위 의식 등이 없어서 좋다”는 점을 짚었다.
여성 목회자가 온 이후 여 성도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동안에는 왠지 모르게 소극적이었다. 장로님이나 남집사님들이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나서지 않았던 일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분명 여성 목회자가 이끌어낸 교회의 변화임이 틀림없다.”는 누군가의 대답에 유독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기자가 봉두리교회에 들어서자마자 ‘유연하면서 왠지 모르게 힘이 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은 분명 여러 교회를 방문하는 동안 느껴 본 적 없는 남다른 분위기였다.
안식일 오후 내내 교회는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걷기 모임을 한다며 나갈 채비를 한다. 이 목사도 어느새 편한 차림이다. 목회자로부터 성도들에 이르기까지 때에 따라 강약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축복이 풍성한 교회,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교회’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봉두리교회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다.
- 김지혜 재림신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