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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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즈음이면 누구나 꿈꾸는 우아하고 자유로운 노년의 삶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이에게 결여된 것은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이리라. 누군가 말한 대로 ‘시간은 우리를 시샘하며 흘러가 버리므로 내일을 믿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아마도 오늘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주변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하며 현재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고 싶어 한다. 특히 노년기에 사는 분들은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이다.
2024년 1월 7일, 보험개발원은 남녀 평균 수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남자 86.3세, 여자 90.7세라고 한다. 이를 보며 아름다운 노년을 상상해 보면 아프지만 않고 살 수만 있다면 노년이라도 그리 아쉽거나 서운하지 않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년이 될수록 사람은 완숙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 여사가 한 말처럼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노년의 아름다움은 예술 작품이다.”라고 말할 만큼 노년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특별한 시간이다. 이 말은 아름다운 미래는 자신이 가진 꿈의 실현을 믿는 자의 것이고, 내일이라는 미래를 기대하며 자신이 가진 꿈의 가능성을 믿으며 오늘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인생’이란 선물이 주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치매 치료의 최고 권위자이자 할머니 의사인 류슈즈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년을 즐기며 40, 50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자신도 허리 수술, 백내장 수술, 유방암 수술을 받으며 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그녀가 제시하는 건강하고 자유롭게 노년을 시작하는 법과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나이 드는 삶의 태도와 방식을 살펴보면 첫째, 외롭지 않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 관계를 맺는 것이다. 둘째, 일과 삶의 관계에서 내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다. 셋째, 현재 자신의 나이를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고 여유롭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넷째, 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다섯째, 노년에 더욱 유용한 건강 관련 지식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째,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라면 아마도 시편 27편 4절 “내가 한 가지 일 곧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나로 내 생전에 여호와의 집에 거하여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앙망하며 그 전에서 사모하게 하실 것이라”라는 말씀처럼 사는 것이 아닐까?
에덴요양병원에는 ‘에버그린’이라고 부르는 실버타운이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어른들의 일상생활을 지켜보면 매우 적극적으로 살아감을 알 수 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작은 땅들을 일구어 채소를 심어서 나눔을 습관처럼 하시는 분들, 낫을 들고 산책로를 오가며 나뭇가지며 칡넝쿨 등을 제거하여 산책로를 가꾸는 분들이 있다. 또한 아침 일찍 나무 덤불 아래서 새들에게 모이를 나눠 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허리 수술로 걷기도 힘들면서 층층마다 창문 난간에 정성으로 화초를 키워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동네를 만들어 주는 고운 손길도 있고, 자신도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차량 봉사를 통해 서울을 오가며 사회에 기여하는 분들도 있다.
1929년생으로 95세의 고령이지만 21년 동안 새벽 기도 반주를 해 오신 송 장로님이 계신데 이분은 새벽 시간에 피아노 반주자가 없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 다섯 분의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가장 감사한 것은 아직까지 건강을 주신 것으로 젊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임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해서 아침에 눈뜰 때부터 틈만 있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고 하셨다. 모든 일에 절제하며 욕심내지 않고, 시기나 질투 같은 것을 멀리하고, 채식하고 소식하며 약을 멀리한다고 하셨다.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저녁 9시에 잠들면 새벽 4시에 잠이 깨어 스트레칭을 하고 걷기를 한 다음 새벽 기도를 간다고 하셨다. 또한 매일 3kg에 달하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성경 구절과 악보를 외운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나이 먹을수록 나중에 후회할 일과 건강에 손해 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살다 보니 질병하고는 거리가 멀어져서 아직도 안경을 안 쓰고 책을 보고 기억력도 놀라울 정도로 총명하시다.
‘에버그린’에서는 많은 분이 성경 속의 선지자 안나 할머니처럼 성소를 떠나지 않고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살고 있다. 그분들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베푸는 삶을 살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품위 있는 감화를 끼치고 있다. 미국의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덴요양병원은 가는 곳마다 산책로가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천연계 안에서 심신이 치유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마음에 담으며 몸을 낮추고 마음의 근육도 단련하며 사는 사람들의 작은 행복의 터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팔순 고개를 넘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과 열정을 바쳐서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보람과 열정으로 노년을 보낸 한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분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는 공통적으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모든 병의 근원을 고치는 길은 전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기도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신념으로, 기도의 호흡과 말씀의 빛 안에서 기쁨으로 사는 것이다. 성경은 삶의 상황과 관계없이 하나님과의 소통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잠 못 이루는 길고 긴 밤을 지나면서 주님의 과거 구원의 행적을 새롭게 마음으로 마주하는 것이다(시 77:5, 10). 아마 이것이 에덴요양병원 ‘에버그린’에 계신 분들의 삶이 아닐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난 세기보다 훨씬 젊고 건강해졌다. 이것은 무엇이든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간에 좋은 일을 생각하고, 감사 일기를 쓰고, 다른 사람을 위해 즐겨 좋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면서 두뇌 능력을 키워서 더 주어진 시간들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맑은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수동골에는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들려온다. 때 묻지 않은 하늘을 보면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하늘 좀 봐요.” 소리치는 음성, 하얀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예수님 오실 그날을 기대하는 소리, 푸른 잎, 예쁜 꽃들과 대화하는 소리, 이런 관심의 소리들이 오가면서 수동골은 고요 속에 시끌벅적하다. 외로움은 건강에 해롭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은 물빛이 되고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은 하얗게 부서지며 작고 앙증맞은 새들의 합창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남녀 노인들의 아름다운 쉼터, 이곳 우리의 삶에는 소소함 속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곳이 에덴요양병원 ‘에버그린’이다(문의 ☎ 031-590-7560).
- 원귀옥 에덴요양변원 문학치료반 지도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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