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화, 각국서 활기띠며 발빠르게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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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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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아시아 자문회의 종합
지난달 말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아론의 집’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시아 12개국의 종교간 대화 현황에 대한 각국의 보고가 있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아시아 자문회의가 주관한 이날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외래 종교”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 각국은 그리스도교를 제국주의의 선봉이거나 부산물로 인식했으며, 이는 문화적, 정치적인 국가 및 민족주의는 종교에도 영향을 미쳐 그리스도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갖게 되었고, 교회는 이러한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종교간 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타종교에 대한 획기적인 자세 전환을 이룬 교회는 다양한 대화 노력을 해왔는데 특히 대희년을 지내면서 이 같은 자세는 더욱 강화되고 구체화됐다”고 전하고, “문명간의 충돌로까지 오인된 9.11테러와 그 후유증은 종교가 갈등과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듯 했으나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함께 전해졌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의 종교간 대화 현황을 짚어보았다.
○… 파키스탄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은 헌법에 종교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교회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만의 국가이기를 열망하며 그리스도교를 억압했다. 9.11테러 이후 교회는 친미주의자로 분류돼 근본주의자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1985년 설치된 가톨릭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회 초대 의장이었던 존 조셉 주교는 그리스도교 신자에 대한 차별적 재판에 항의해 희생되었을 정도다.
○…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87%를 이슬람이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종교간 대화는 많은 장애를 안고 있다. 종교 건물은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개인집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다. 선교를 위해서 외국의 지원을 받아서도 안된다. 가톨릭 주교들은 계속해서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으로 종교간 대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구조적으로 상존하고 있다.
○… 스리랑카
인구의 69%가 불교도인 스리랑카는 최근 20년간 인종분쟁으로 6만여명이 희생당했다. 이는 종교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 총선 후 종교간 대화를 위한 노력이 재개되고 있다. 관련 위원회가 다시 설치됐고, 10개의 대화 센터가 설립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불교도들은 종교간 대화에 개종의 저의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소수 종교들간의 관계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슬람 외 소수종교들은 불이익을 받아왔고, 종교간 대화는 소수 종교들의 권익 증진의 장이었다. 이에 따라 이슬람은 종교간 대화에 참여하기를 거부했고 대화는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로 부딪혔다.
○… 미얀마
미얀마에서의 종교간 대화는 사실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이 불교도이고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미얀마에서 종교간 대화에 관심을 갖는 교회들의 목소리는 거의 대부분 묵살되고 있다. 가톨릭 주교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있으나 경험과 지식, 관심 부족으로 대화 자체가 어렵다.
○… 홍콩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동서방 문화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은 1972년 종교간 대화위원회를 설치했고, 1977년 6개 종교 지도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사무국을 두었다. 이들은 수시로 대화 모임을 가지면서 상호방문을 하고, 매년 음력 설마다 공동 신년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한다.
○… 대만
전통 종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만은 그리스도교가 여전히 외래종교이지만 교회의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영향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대화 모임이 시도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이전부터 종교간 대화 모임이 존재해 왔다.
○… 필리핀
아시아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1991년 주교회 차원에서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선언하고, 이후 여러 가지 성공적인 사례들을 축적해 가고 있을 정도로 발빠르다. 하지만 종교간 대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 일본
가톨릭을 비롯한 교회의 교세가 워낙 미약한 일본에서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의 모습으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라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지난 1981년 설립한 ‘전국 차별반대기구’는 68개 종교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도 일본 사회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회적 차별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시라야나기 추기경은 현재 세계 종교인평화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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