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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Interview-e] ‘비빔밥 예술인’ 강위덕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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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입력 2024.11.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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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면 그림이 보이고 시가 쏟아진다”
강위덕 작가는 지난달 서울 인사동에서 ‘풍경이 있는 랩소디’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나이는 경력이다”라는 개인적 지론으로 강위덕 작가를 소개해야만 할 것 같다. 


지난 10월 1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아트갤러리 1층 전관에서 강위덕 작가의 ‘풍경이 있는 랩소디’ 전시회가 열렸다. 오픈 행사에서는 사회자도, 평론가도, 축하객도 “80이 훨씬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지 신기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물론 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극찬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둔해지고, 느려지고, 가능성과 멀어지고, 욕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살아온 세월이 길다는 것은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고민한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것, 나이는 곧 경력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예술 분야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뿜어낼 수 있는 기량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강위덕 작가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과 문학에서도 주목받는 종합예술인이다. 그는 스스로를 ‘비빔밥 예술인’이라 칭하지만, 혹자는 ‘노마드 기질의 예술혼’을 가진 인물이라 표현한다. 그의 작품을 만나면 그 어느 쪽도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의 작품’이란 ‘시’와 ‘음악’과 ‘그림’이다. 시와 음악과 그림은 특정한 경계선이 없는 영역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다. 


1939년, 경기도 안성군 일죽면 신흥리에서 태어난 강위덕 작가(천안성거교회 장로)는 엄마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아버지는 무학자라 소개했다. 음악과 미술, 문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인정받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 작가에게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이 그의 예술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냐”는 질문 뒤에 돌아온 답이었다. 그저 스스로 자신이 소질을 발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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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 운동장에 홀로 앉아 돌멩이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눈, 귀, 입을 그려 넣었다. 머리카락이 좀 어려웠는데 밤송이처럼 여러 개의 짝대기로 표현했다. 그것이 태어나서 처음 그린 그림인데 그때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는 강 작가는 미술에 이어 1980년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7년간 작곡을 공부했다. 전시회 외에도 카네기홀에서 연주회와 대형 작곡발표회를 수도 없이 개최했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은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될 정도로 사랑받았다. 


주로 교향곡을 작곡했지만, 피아노곡, 보컬 솔로곡, 합창곡, 바이올린 프로그라마틱 솔로곡 등 200여 곡을 작곡했다고 하니 그가 쏟아내고 싶었던 세계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만하다.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후 10여 권의 책도 출간했다. 


문학과 음악, 미술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음악을 공부했고 문학을 공부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곡을 쓰고 곡에 가사를 붙이고 그 음악을 표절해 그림을 그린다. 음악과 문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설계도다. 그래서 나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걸어간다”라고 답하면서 미술과 음악과 문학의 공통점은 ‘보는 것’이라 말한다. 세 가지 예술 분야가 신앙과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도 ‘보는 것’이 예술 분야 간의 접촉점이자 연결점이라고 했다. 


“사람 노릇을 하려면 세 가지를 ‘보아야’ 합니다. (문학을) 읽어 보고, (음악을) 들어 보고, (그림을) 그려 보는 거죠. 요한계시록 1장 3절 말씀에도 ‘읽는 자, 듣는 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기록한 것’의 헬라어는 그래픽입니다. 그림이라는 뜻이 강하다는 얘기죠”


그러면서 이 세 가지는 “얼굴에 드러나는 그림(표정), 아내를 사랑하고 성도를 사랑하는 그림이 좋아야 다른 이에게 감화를 끼친다. 설교는 문학이고 찬송은 음악이다”라며 ‘복이 있다’는 말은 인간 노릇을 할 때 얻어지는 보상이라고 말한다. 결국 ‘보는 것으로부터 시가 탄생하고 시에서 음악이 만들어진다’로 이해하는 건가 싶으면 또 그런 것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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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화백은 “나는 자연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비발디의 사계>를 표절해 그림을 그리다가, 베토벤의 <운명>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작곡이 끝나면 그림도 같이 탄생하며 시작(時作)도 동시에 진행된다. 하나의 영감이 세 줄기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나의 그림이, 나의 음악이, 나의 문학이 세계를 읽고 있다”라는 말로 독자와 청자와 견자를 그의 예술적 세계관으로 끌어들일 뿐이다. 


챗GPT에 예술의 성공 비결을 물어봤더니 △좋은 미술가를 만나라 △미술 평론가를 만나라 △기업가를 만나라 △SNS를 타라 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미술가끼리 경쟁을 하되 서로 격려하고 돕는 것, 자기 그림을 올바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 기업가를 만나 설 자리를 만드는 것. 그중에서 SNS를 타고 인터넷 세계를 들끓게 해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중요하다 여긴단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어디서든 ‘강위덕’을 검색하면 음악 이야기, 문학 이야기, 그림 이야기가 쏟아져야 한다고 한다. 


그는 “1958년대, 그러니까 68년 전에도 나의 그림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미술의 발자취, 음악의 발자취, 문학의 발자취가 SNS에 도배되고 있다며 나이는 저물어 가지만 예술 활동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며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창작 활동에는 아이디어를 아껴야 한다. 다음 전시회는 조립식 설치예술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림을 보기 위해 옆으로 걸어가면 그림이 움직인다. 이후에 열게 될 전시는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음악과 미술과 문학의 장르를 넘나들며 감상할 수 있는 경이로움으로 기어이 안내한다. “노래를 들으면 그림이 보이고 시가 쏟아진다. 이것이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다”라는 한 문장에 그의 예술적 재능이 뻗어 있는 영역을 짐작할 수 있으나 선뜻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아니, 애초에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 시와 음악과 그림이라는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자기 작품을 전하고자 하는 욕구는 ‘표현하는 인간’의 본능인데,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내던지듯 선보이는 행위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 말하는 ‘강위덕’ 작가는 지면 위에 얼마 안 되는 활자로 표현할 수 없는 ‘예술의 한 장르’라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예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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