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준숙 코치의 ‘행복한 사춘기’(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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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분 전까지 기분이 좋아 배시시 웃던 녀석이 갑자기 돌변해 찬바람을 쌩쌩 일으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사 같던 아이가 별것 아닌 일에 벌컥 화를 내며 토라져 버립니다. 감정 기복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습니다.
양처럼 순하던 아이가 사춘기에 ‘못된 송아지’처럼 삐딱해지거나 감정 조절이 충동적으로 바뀌어 걱정이라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세요. 아이는 지금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고분고분하고 착하던 아이가 왜 갑자기 선인장처럼 성격이 까칠해지고, 거칠어졌을까요? 바로 사춘기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지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자신이 과연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잘 습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때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지, 본인의 독특성과 개성 그리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방향을 살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란스럽습니다. 답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호르몬의 영향도 한몫합니다. 불규칙적이고 과도한 호르몬 작용으로 자기 자신조차 본인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자기를 엄청나게 사랑하면서도 자기를 격렬하게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부딪히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부모에게 반항하거나 사회적 권위에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물론, 올바르게 훈련되지 않은 생활습관에서 나오는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성장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포용하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잘못되거나 아예 틀려먹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자녀들이 ‘사춘기 딜레마’를 잘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지자가 되어줘야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정서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공포와 공격성을 처리하는 핵심적 뇌구조인 편도체가 활성화됩니다.
두려움에 관해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조지프 르두스 박사는 편도체를 ‘인간 뇌의 경비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편도체는 아이들의 뇌 속에서 위험이 감지될 때마다 전기자극 활동으로 분주해집니다. 자극이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0.01초만에 아주 빠른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뇌가 습관적으로 두려움을 자각하는 상황에 노출된다면 편도체는 과부하에 걸리게 되고, 위험을 자각하지 못할 때조차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뇌는 자녀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안정적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편도체는 스트레스로 과부하 상태에 놓이고, 이를 오랜 시간 방치한다면 자녀의 에너지는 방전돼 어느 순간,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사춘기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자녀가 부모의 곁에 있도록 자녀가 보내는 마음의 구조신호에 귀 기울여주세요. 그 아이가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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