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태양망원경 기증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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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10.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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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상 별새꽃돌과학관 초대관장 “자연에서 공존의 행복 배우길”
함께 손을 잡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던 푸른 가슴의 소년에게 아버지가 남긴 건 ‘공존의 행복’이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교육이었고, 유산이 되었다. 소년에게는 삶의 신념이고,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별새꽃돌과학관을 설립한 손경상 장로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에게 “본업은 천연계교사, 부업은 치과의사”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서로 공존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 고민은 과학관을 세우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거나. 둘 다 행복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명예가 높아지면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더 큰 행복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 행복을 바랍니다. 그래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타적인 행복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회의 조류가 자꾸 이기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타적인 행복을 교육하는 건 더 중요합니다.
천연계를 통해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연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은 공존 그 자체입니다. 자연을 탐사하면서 공존 속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와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관을 세웠습니다”
‘공존행복 철학’의 핵심은 감사와 봉사다. 감사하고 봉사하면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과학관의 운영철학이다.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 은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감사하게 되고, 감사하는 사람이 결국은 봉사하며, 이러한 선순환이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믿음이다.
공존의 행복을 바라며 세운 과학관은 설립한 지 벌써 18년이나 됐다. 그사이 과학관은 한 해 평균 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민간천문대로 성장했다. 지난 6년 동안 수료한 교육생이 17만 명이나 된다.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제1회 대한민국 캠프 대상’을 수상했고, ‘교사연수 기관’에 선정됐다.
그는 이런 공존의 가치를 좀 더 확산하고 깊이 있게 실현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세운 과학관의 모든 재산권과 운영권을 지난 2005년 한국연합회에 이관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고가의 망원경과 탐사장비를 꾸준히 기증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천연계와 호흡하며 창조의 섭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사명에서다.
이번에 국내 유일의 9인치 굴절 태양관측 전용망원경을 설치하기로 마음 것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태양망원경은 천문대로서 갖춰야 할 마지막 퍼즐의 완성이기도 했다. 천체망원경, 플라네타리움에 이어 별 중의 별인 태양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서 실행에 옮겼다.
Hα 파장에 최적화된 렌즈를 적용한 이 망원경은 세계에 단 6대 밖에 없을 정도로 특별한 장비다. 3개월의 주문제작 기간을 거쳐 6월 한 달간 테스트를 했고, 7월에 설치해 지난 두 달 동안 시범운영을 했다.
이로써 별새꽃돌과학관은 국내 민간기관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인 뉴터니안 망원경(주경 48인치)에 이어 태양을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물론 결심과 과정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따랐다. 태양망원경을 들이기로 결정하던 날, 문득 2010년 48인치 돕소니안 천체망원경을 설치하던 때가 생각났다. 수억 원이나 되는 고가의 장비를 추가로 기증하면서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가계부도’의 위협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 태양망원경을 구비하면서 같은 부담을 느꼈다. 실제로 지난 6월 세금을 납부하면서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 은행대출을 받아 충당해야 했다. 그가 이런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후원을 중단하지 않는 까닭은 공존행복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태양망원경 설치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인간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대상 중 하나인 태양을 관측하며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여기에서 깨달은 감사의 마음으로 사회에 나가 진정한 봉사자가 되는 것.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 바로 그가 꿈꾸는 공존의 행복이 완성되는 사회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과학관이 있는 마을에서, 멀게는 지역공동체까지. 우리 사회가 이런 정신을 함께 공유한다면 모두가 잘 사는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란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존의 행복을 그리는 손경상 박사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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