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 장로 부부가 밭고랑을 구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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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1.08.1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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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농작물 일정량 따로 떼 선교와 구제에
올해도 고추, 대파, 양파, 호박, 포도 등 자신의 경작지 일부를 구별하고 있다. 십일금은 십일금 대로 드리고, 그만큼의 작물은 이웃을 위해 따로 떼어 놓는 것이다. 어떤 밭은 아예 고랑 전체를 봉사용으로 구분했다.
“다른 어떤 일보다 농사는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토양, 일기, 재해 등 그 무엇 하나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래서 매년 수확할 때마다 감사한 마음에 이웃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해 일정량을 선교나 구제용으로 떼어놓기로 했습니다. 한 해 두 해 하다보니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요.”
‘어떤 계기에서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묻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그는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잖아요? 누군가는 돈이나 재물로 드릴 수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이나 봉사로 혹은 빼어난 솜씨로 드릴 수도 있고. 나야 농사꾼이니까 내가 손수 지은 농산물로 돕는 거죠. 그리 거창한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가 다시 별일 아니라는 듯 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러고 보면 그만의 선교방식이기도 한 셈이다. 김 장로는 오히려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얻는 유익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 안에는 재림성도로서 갖는 신앙의 교훈과 부지런하고 선한 농부의 직업의식도 함께 담겨 있다. 단순히 판매수익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구제용으로 구별한다고 생각하면 농부로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기왕에 하는 수고로 하나님께 드리고, 이웃도 함께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어차피 하는 일이지만, 내가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농사짓는 재미랄까. 열심히 일해 거둔 수확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보람 있어요. 안 그래요?”
이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다. 삶의 원칙이다. 풍년은 물론, 홍수나 가뭄으로 소득이 줄어도 거르지 않는다. 흉작이면 한 해쯤은 슬쩍 넘어갈 법도 하건만 전혀 ‘타협’이 없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성미를 좀처럼 꺾지 않는다. 심지어 멧돼지 출몰로 양파밭이 쑥대밭이 되어 나온 정부 보상금까지 아낌없이 드렸다.
“잘 되나 안 되나 그건 다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나는 그저 그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지을 뿐”이라는 그의 말에 진심이 녹아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경험도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딸기를 재배할 때의 이야기다. ‘이 고랑은 하나님께 바쳐야겠다’고 생각하고 구별했는데 유독 그쪽에서 나온 과실이 훨씬 좋았다. 같은 밭인데도 과육의 질감이나 당도가 차이가 났다. 어느 해인가는 대파를 출하하고 남은 파치를 버리기 아까워 ‘이건 구도자 방문용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었는데, 오히려 작황이 더 좋았다. 김 장로는 그때를 떠올리며 “하나님께서 특별히 더 축복해 주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감동적인 이야기건만, 속물 같은 기자의 마음 한편에서는 ‘본인이 아무리 그렇게 하고 싶다 해도 가족이 반대하면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내 장정희 집사에게 ‘남편이 이런 결정을 했을 때, 마음이 어땠냐’고 짓궂게 물었다. 그런 질문이 올 줄 알았다는 듯 그 역시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걸 왜 반대해요? 좋은 일이잖아요. 본인이 열심히 일해서 하나님께 드리고, 선교에 쓰고, 이웃을 돕는다는데 못마땅할 이유가 없죠.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 마땅히 하나님께 돌려드린다는 마음이에요. 우리 장로님은 일평생 그런 확고한 믿음과 신조를 갖고 산 분이에요. 이렇게 하니까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고.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창부수라더니, 남편이나 아내나 이심전심이다. 옆에서 가만히 장 집사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던 김 장로는 “그래도 아내나 아이들이 흔쾌히 찬성했기에 가능했다”며 고마워했다. 그의 눈가에 흐뭇한 미소가 잔잔하게 번졌다. 부부의 모습이 마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이삭을 남겨두고 하루 일과를 끝내며 신께 감사기도를 올리는 농부의 모습을 담은 밀레의 그림 ‘만종’을 닮았다.
기부는 많이 가진 사람, 혹은 여유가 생긴 후에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지적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마음이 있으면 양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며 많고 적고, 있고 없고를 떠나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면 거룩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적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로는 6-7년 전부터 네팔 등 해외선교를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요즘은 “갈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며 아쉬워했다. 벌써부터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 해외봉사를 위해서도 준비 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언제까지 이렇게 따로 구분해 농사를 지을 거냐’고 물었다.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언제까지는 언제까지야? 예수님 오실 때까지지”
오늘도 진도 인지리의 어느 밭에서는 그의 것이 아닌, 그의 것이 무럭무럭 탐스럽게 영글어간다.
#진도인지리교회 #김민홍장로 #장정희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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