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극도의 보안 속 생명을 건 침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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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새벽, 파키스탄 동북부의 어느 도시.
‘빵~ 빵!’ 처음에는 조금 길게, 다음은 짧게. 마치 그들만의 암구호처럼 경적을 울리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철커덩’하고 열렸다. 바리케이트를 빠르게 통과한 검정색 세단이 건물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이내 4명의 신사가 차량에서 내렸다. 안경을 쓰고, 수염이 덥수룩한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 제일 마지막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무언가를 의식하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건물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를 하자 대기하고 있던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일행이 재빨리 안으로 향했다. 문은 곧바로 이중 삼중으로 잠겼다. 십자가 모양의 여닫이문을 열자 침례탕이 나타났다. 현직 전문직 직업인인 아리프(가명) 씨가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하는 순간이었다.
이 나라에서 기독교인이 되고, 침례를 받는다는 것은 무슬림 사회에서 완전히 단절되겠다는 결심 없이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정과 사회, 직장, 커뮤니티로부터 격리될 뿐 아니라 각종 테러의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명망 있는 전문가로서 쌓아놓은 부와 명예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명도,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이날 침례는 극도의 보안 속 비밀리에 이뤄졌다. 교인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 그의 새로남을 축하해줄 꽃다발도, 성도들이 함께 부르는 찬미도 들려오지 않았다. 집례목사를 포함한 최소한의 인원만 삼엄한 경계와 긴장 속에 현장을 지킬 뿐이었다.
아리프 씨는 침례를 받기 위해 자동차로 무려 20시간이 넘는 곳에서 이틀 전 도착했다. 10여 년 전부터 기독교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재림교회 목사를 만나면서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경을 공부했고, 진리를 확신해 침례를 받기로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도 이를 인정했다. 아직 자신들은 개종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신앙에 눈을 뜨고 있다.
L 목사는 로마서 6장3~4절 말씀을 인용한 권면에서 “우리는 침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며 “물에 잠길 때, 우리의 죄는 완전히 씻음을 받고 거듭남을 입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영광 가운데 새 생명을 얻은 우리는 이제 하나님께 완전히 굴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쿵! 쿵! 쿵!’
그순간, 갑자기 나무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행히 다른 스태프였다. 집례는 현지인 목사가 맡았다.
“عارف کو، جس نے یسوع مسیح کو اپنا ذاتی نجات دہندہ تسلیم کیا ہے، میں اسے باپ، بیٹے اور روح القدس کے نام پر بپتسمہ دیتا ہوں۔”(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한 아리프에게 나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베푸노라)
그가 물에서 나오는 순간, 장내에서는 작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모으며 “땡큐, 파더”라고 말했다. 감격하는 그의 어깨를 보듬으며 집례목사는 그의 인생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 할 것이라고 축복했다. 지켜보던 이들의 눈가에도 촉촉이 이슬이 맺혔다. 아들은 담담히 그런 아버지와 주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아리프 씨는 “성경을 공부하며 진리를 확신했다. 구원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간절했다. 이날만을 기다렸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원이 이뤄졌다. 정말 기쁘다. 새롭게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아리프 씨가 속죄함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 스피커에서는 찬미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그제야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비좁은 문틈 사이로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어느새 동이 트고 태양이 떠올랐다. 또 한 명의 이름이 하늘 생명책에 기록되는 아침이었다.
언젠가 하늘에 가 그를 만나면 무슬림 국가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구원의 길에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더 생생한 간증으로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다시 20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등 뒤로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들의 마음에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그도 구원의 대열에 들어서길 기원하면서.
- 당사자와 가족, 현지 교회의 동의를 얻어 취재했습니다. 그러나 보안과 안전을 위해 실명과 지역, 직업과 사진 등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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